한국 대표 창작 뮤지컬 중 하나인 <프랑켄슈타인>은 2014년 초연 이후 꾸준히 사랑받아온 작품으로, 올해 10주년을 맞이했다.
이 작품은 메리 셸리의 고전 소설 속 이야기를 무대라는
공간에 너무나도 알맞게 구현하였고, 매 시즌마다 화려한 캐스팅으로 많은 팬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실제 소설과는 다른 설정들도 많다)
1. 도파민 터지는 스토리라인
19세기 유럽을 배경으로, 과학자 빅터 프랑켄슈타인이 전쟁 중 죽지 않는 군인을 만들기 위해 신체접합술의 귀재 앙리 뒤프레와 함께 실험을 진행하는 이야기로 시작된다. 예상치 못한 사건으로 결국 둘도 없는 친구 앙리의 시체로 빅터의 실험은 성공하지만, 인간이 아닌 괴물이 된 모습을 보고 죽이려한다. 괴물이 된 피조물은 그 자리에서 도망치고, 3년 후 빅터의 결혼을 앞두고 나타나며 그에 대한 복수를 시작한다.
‘교만한 창조주여,
그동안 내가 겪은 세상을, 불행을,
그대로 돌려주리라'
인간의 한계를 넘어서려는 욕망과 그로 인한 파국을 보여주는 만큼 소재가 꽤나 자극적이다. 괴물로 힘들게 살아가야했던 그 과정과 교만한 창조주에게 복수를 하는 일련의 과정들이 쉴 틈 없이 몰아치면서 관객들의 혼을 쏙 빼놓아 버린다.
특히, 이 작품에서 가장 재밌는 관람 포인트는 배우들이 모두 1인 2역을 맡고 있다는 점이다. 빅터가 중심이 되어 보여지는 세상과 괴물이 살아가던 세상을 보여주면서 각 배우들은 전혀 다른 역할을 한 무대에서 보여주는데, 배우들의 반전 매력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2. 귀가 즐거운 킬링 넘버 맛집
<프랑켄슈타인>의 음악은 한국 창작 뮤지컬의 저력을 보여주는 요소 중 하나다. 작곡과 음악감독을 맡고 있는
이성준 작곡가는 그만의 스타일을 살려 극의 분위기를 고조시키고, 각 캐릭터의 특징과 감정을 깊이 있게 표현해줄 수 있는 킬링 넘버들을 탄생시켰다.
앙리와 빅터의 애틋한 ‘너의 꿈속에서‘, 극의 본격적인 서막을 여는 ‘위대한 생명창조의 역사가 시작된다‘ 등 좋은 넘버들이 정말 많다. 개인적으로는 이 작품을 관람할때 가장 기대되는 넘버 중 하나는 2막에서 에바와 앙상블이 함께하는 ‘남자의 세계’다. 특히, 김지우 배우의 에바는 그녀의 인생 캐릭터로 보여질만큼 매력적이다. 굳이 캐릭터를 선과 악으로 나눠보자면 에바는 악에 가깝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다려지게 만드는 건 그만큼 그 역할을 소화해내는 배우가 그 캐릭터를 너무나도 매력적으로 만들어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3. 캐스팅 골라보는 재미
이번 시즌은 10주년이었던 만큼 신+구 캐스팅으로 많은 팬들의 관심을 받았다.
빅터 프랑켄슈타인과 자크역에는 유준상, 신성록, 규현, 전동석 배우가 캐스팅되었는데, 이 중에서는 신성록 배우를 제외하고는 모두 관람한 적이 있다. 모두가 정말 각자의 매력을 보여주는데, 유준상 배우는 빅터의 복잡한 내면을 섬세하게 표현하는데 집중하고 있다는 느낌이 강했고, 과학에 대한 집착과 광기가 순간 순간 표정이나 눈빛에서 드러날때면 오싹해지기까지 했다. 규현 배우는 개인적으로 지금까지 봐왔던 것과는 또 다른 매력을 발견할 수 있었다. 저음이 이렇게나 잘 어울리는지 이 작품을 통해서 처음 알게 되었고, 다른 그 어떤 배우들보다도 빅터의 인간적인 면모를 부각시켰다는 점도 흥미로웠다. 마지막으로, 전동석 배우는 유일하게 이전 시즌과 이번 시즌에 모두 관람한 배우인데, 그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연기가 깊어졌음이 느껴졌다. 겉으로는 강인하지만 내면으로는 혼란이 가득찬 모습이 인상깊었고, 특유의
동굴 저음에서 나오는 카리스마로 무대를 장악하여 몰입감이 더해졌다.
앙리 뒤프레와 괴물 역에는 박은태, 카이, 이해준, 고은성배우가 캐스팅되었는데, 이 중에서는 박은태 배우와 이해주 배우로만 관람할 기회가 있었다. 박은태 배우는 워낙 믿고 보는 배우이다 보니 항상 고민없이 선택해서 관람하는 편이다. 박은태 배우의 앙리는 의협심이 강하고, 주변 사람들은 품으려하는 따뜻함과 약간의 엉뚱함으로 인간적인 매력이 넘쳤다. 괴물을 연기할 때는 손짓 발짓은 물론, 언어를 터득하지 못한 상태에서의 미숙한 어투 등 연기 디테일이 볼 때 마다 참 인상깊다. 이해준 배우는 처음 하는 역할이라 그런지 약간의 긴장감이 도는 듯 했고, 특히 괴물을 연기할 때 있어서 디테일한 표현은 아쉬움이 있었다. 하지만, 전반적으로는 기대 이상으로 안정적인 노래와 연기를 보여줬다. 특히, 괴물 넘버들을 부를 때는 괴물은 한과 분노가 담겨져있어 감정 전달이 좋다는 느낌을 받았다. 앞으로 디테일을 하나 하나 더해갔을 때의 모습이
기대되는 배우다.
나의 창조주시여
뭐라 말 좀 해봐요
왜 난 모두에게 괴물이라 불려야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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