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와 감동을 주는 뮤지컬 <디어 에반 핸슨>이 2024년 처음 한국에서 공연을 올렸다.
이 작품은 사회 불안 장애를 앓고 있는 고등학생 에반 핸슨의 작은 거짓말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선의로 한 작은 거짓말이 점점 걷잡을 수 없는 오해와 해프닝으로 커지게 되고, 결국 진실을 하나씩 마주하며 성장해나간다. 한 소년의 성장통을 통해 관객들 또한 많은 위로와 공감을 받을 수 있는 모처럼 잔잔하면서도 마음에 울림이 가는 작품이다.
제71회 토니상에서 9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되고, 최고의 뮤지컬상을 포함하여 6개 부문에서 수상하는 등 이미 브로드웨이에서는 작품성을 입증하기도 했다.
ㅣ 화려함보다는 현실감으로 가득 채운 무대
크고 작은 다양한 스크린이 무대를 둘러싸고 있다. 무대 위에는 침대와 노트북뿐. 조명이 켜지고, 한 팔에는 깁스를 한 소년 에반 핸슨이 등장한다.
전반적인 무대 분위기는 여기서 드라마틱하게 바뀌지 않는다. 보통의 대극장 무대와는 다르게 매우 단조롭고 화려한 요소가 없다는 것이 특징이다. 이 작품에서 가장 핵심적인 무대 연출 역할을 하는 것은 무대를 둘러싼 수 많은 디스플레이 화면이다. SNS을 통해서 빠르게 소통하고, 소문이 퍼지는 양상을 디스플레이를 통해 탁월하게 표현한 것이다. 이런 무대 연출은 어쩌면 현대 사회의 모습과 가장 맞닿아 있는 모습이자, 보는 관객들로 하여금 자연스럽게 공감하고 몰입할 수 있도록 만든 장치이기도 하다.
디스플레이를 적극 활용한 무대 연출이 새로워 좋기도 했지만, 개인적으로는 전반적인 연출 측면에서 대극장보다는 중소극장에 더 어울리는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히려 작은 공간에서의 연출이 더욱 밀도있는 감정과 울림을 전달할 수 있을 것 같았다.
ㅣ 우리 마음 속 숨어있던 에반 핸슨
어떨결에 뱉어버린 거짓말이 점점 뜻하지 않았던 방향으로 흘러갈대로 흘러가버리지만, 에반은 스스로 책임을 짊어지고 진실을 마주한다. 이런 일련의 과정을 통해 그 동안 외톨이로 살아왔던 에반은 또 하나의 새로운 관계를 맺기 시작하고, 다른 사람들과 소통하고 사랑하는 법을 배우게 된다. 결론적으로 '함께' 할 수 있다는 따뜻한 메시지를 전달하며 결말을 맺는다.
'난 시작도 하기 전에 멈추는 법을 배웠어.
실수하기도 전에 최악의 내가 되기 전에
눈길을 끌지 않게 내 자신을 감추는 거야
부딪히지 않으면 실수할 일도 없어'
1막이 시작되고 두 번째로 흘러나오는 'Waving Through a Window'라는 넘버의 가사 중 일부다.
사회 불안 장애를 앓고 있는 에반 핸슨이라는 외톨이 소년을 잘 보여주는 넘버이기도 하지만, 듣는 일반 관객들도 묘하게 공감이 가고, 눈물이 맺히는 넘버이기도 하다.
바쁘고 복잡한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은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아 보여도, 누구나 나 홀로 외로움의 감정을 안고 살아간다. 아무에게도 쉽게 보여주지 않았던 내 안의 숨은 '에반 핸슨'을 무대를 통해 발견하게 되면서 더 공감하게 되고, 이 작품이 던져주는 메시지에 위로를 받게 되는 것이다.
메시지만큼이나 따뜻하고 위로가 되는 넘버들이 많다. 앞서 언급한 'Waving Through a Window' 외에도 이 작품의 메시지가 오롯이 담겨 있는 'You Will Be Found', 에반 핸슨의 엄마가 에반에게 진심을 전하는 'So Big So Small' 등 듣기만 해도 가슴이 뭉클해지는 넘버들이 많다. 대체로 화려하기 보다는 진정성 있는 넘버들로 구성되어 있다.
ㅣ 디테일의 장인, 박강현 배우의 깡에반
이번 <디어 에반 핸슨>은 박강현 배우로 관람했다.
박강현 배우는 나만의 상상 속 에반 핸슨을 그대로 무대 위에서 보는 듯 했다. 극도로 소심하고 불안해하는 에반의 복잡한 감정을 표현하기 위해 목소리 톤을 높이기도 하고, 보는 사람도 불편한 구부정한 자세와 흔들리는 눈빛까지 에반 핸슨의 디테일을 정말 잘 살렸다는 느낌을 받았다. 뿐만 아니라, 극이 후반부에 다다르고 에반이 모든 진실을 바로 잡을 때, 그리고 엄마 하이디와의 진심을 나눌 때 등 보는 내내 함께 눈물을 쏟아내게끔 할 정도로 에반의 감정을 객석 끝까지 전달하는 힘이 컸다.
무대가 화려하지 않기에, 배우 한명 한명의 디테일이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는데 많은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는 작품이라는 점에서 배우들이 가졌을 부담감과 책임감도 컸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에 관람했던 박강현 배우는 기대 이상으로 에반 핸슨이라는 캐릭터를 소화했으며, 박강현 배우 외에도 신영숙 배우, 홍서영 배우, 윤석원 배우, 한유란 배우 등 모두 만족스러운 합을 보여줬다.
어둠 속에 갇혀 있을 때
길을 잃고 무너졌을 때
너의 곁에 있을게
그대 곁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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