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15주년을 맞이한 뮤지컬 <영웅>
안중근 의사의 마지막 1년을 그려낸 이 작품은 대표적인 한국 창작 뮤지컬이다.
물론, 애국심을 자극하는 소재라는 점도 있지만, 넘버부터 무대 연출까지 부족함이 없는 작품이기에
15주년을 맞이할 때까지도 여전히 관객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ㅣ 알면서도 눈물나는 역사 이야기
자작나무 숲 속 결연한 단지동맹으로 극이 시작된다. 마치 그들과 하나가 되어 함께 단지동맹을 하는 듯한 느낌을 주면서 관객들을 본격적으로 이 작품 속으로 끌어들이는 듯 하다.
이후 우리가 아는 '안중근 의사'의 이야기가 중요한 사건 중심으로 펼쳐진다. 이미 결말을 알고 있으면서도 내심 해피엔딩이길 바라기도 하고, 보는 내내 가슴이 먹먹해지기도 하고, 마지막까지 의연한 안중근 의사를 보며 눈물을 훔치게 된다.
아마도 그저 어떤 한 사람의 이야기가 아닌, 결국 우리 모두의 이야기이기 때문이지 않을까.
극의 재미를 불어 넣기 위해 가상의 인물(대표적으로 '설희')이 등장하기도 한다. 다만, 이 가상 인물들에 대해서는 스토리 흐름 상에서의 역할과 필요성에 대해 아쉬움을 토로하는 사람들도 있다.
아무래도 제한된 시간 안에서 너무 많은 인물과 그의 이야기를 담다 보면 집중이 분산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나 또한 약간의 아쉬움은 어쩔 수가 없었다.
어쩌면 안중근 의사의 내면과 고뇌에 조금 더 집중했다면 더 많은 공감을 얻을 수 있지 않았을까.
ㅣ누가 죄인인가
아마도 뮤지컬 <영웅>을 보지 않았더라도 '누가 죄인인가'라는 넘버를 한 번쯤은 들어봤을 사람도 많을 것이다.
이토 히로부미와 일본의 죄목을 전 세계 언론 앞에서 하나하나 밝혀내는 이 장면은 보는 관객들로 하여금 짜릿한 쾌감을 느끼게 해준다.
'누가 죄인인가' 외에도 '장부가', '그날을 기약하며' 등 완성도 높고 흡입력 있는 넘버들이 많다는 점도 이 작품의 매력이다.
특히, 이번 15주년 공연 때 관람한 양준모 배우는 이 넘버들의 소화력이 정말 뛰어났다. 특유의 압도적인 성량과 의연한 표정 연기가 더해져 안중근 의사의 영웅적인 면모를 너무나도 잘 보여줬다.
ㅣ 몰입감을 더해주는 무대 연출의 힘
뮤지컬 <영웅>을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는 바로 무대 연출이다.
이미 다 아는 역사 이야기이기에 자칫 루즈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현실감 넘치는 무대 효과로 현장감과 몰입감을 한 껏 불어넣어주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일본군과 독립군의 추격 장면이 있다. 웅장한 오케스트라의 연주와 함께 서로 쫓고 쫓기는 장면이다. 일본군과 독립군의 대비되는 조명과 절도있는 군무로 관객들에게 박진감과 긴장감을 선사하는 명장면이다.
이토 히로부미와 설희가 이동하는 기차 장면을 보여주는 연출 방식도 인상 깊다. 흩날리는 눈발을 가로지르며 달리는 기차의 안과 밖을 무대 효과로 번갈아가며 보여주는데, 무대라는 이 한정된 공간의 무한한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예술적인 장면이다.
나라를 위해 싸운 우리
과연 누가 죄인인가
우리를 벌할 자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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